늘 그렇듯 말을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느닷없는 몇 마디가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길 것이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늦은 나이에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참 많이도 설레고 행복해했었다. 나는 이론 공부를 마치고 사계월 동안 요양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내 부모처럼 잘하리라 다짐하고 열심히 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많은 칭찬도 듣는다. 그런데 일을 배우면서 간호조무사란 집단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참 많이 달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기다가 상식이하의 편 가르기까지 하고 있었다. 사람 좋아하고 모두가 내 맘 같은 사람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순진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실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실망하고 사람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실습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게 된다면 어딘가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과연 내가 그 집단에서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엔 마치 내 인생이 드디어 가치로운 삶을 꾸려 갈 수 있겠다며 좋아했는데 이제는 갈수록 자신이 없다. 지금 실습하는 병원에서 돌아가는 정황을 볼 때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성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언제나 자기 위주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틀에서 종종걸음을 치고 만다.
실습생이라고 나이도 있는 내게 학생이라며 무시하는 몇몇 간호조무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그래 맞다. 나는 배우는 학생이다"라고 인정하면 될 텐데 그들과 맞서게 된다. 늘 자신만만하고 당돌한 성격이 문제가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싫은 소리를 듣게 되는 모양이다.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나 자신이 너무도 싫어진다.
일련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문제아적 학원동기 B가 실습병원을 세 군데를 거쳐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기에 나는 보따리 싸들고 내 앞에 나타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대로 개념 없는 사람이고 남에게 피해만 주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과 같이 일하기가 싫었다. 그 일로 책임샘에게 한 소리 들으니 더 스트레스에 짜증이다. 그로 인해 말이 함부로 나온다. 잘 쌓아 두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내 이미지가 추락해 버리고 만 것이다. 다른 건 괜찮지만 학원 원장님께 안 해도 될 말을 해 내 이미지 손상을 시켰다는 것이 실수였다. 조금만 참았으면 될 것을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말았으니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게 아닌가 싶다.
"아, 예, 그렇습니까, "라고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내일모레 나이가 육십인데 품격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을 순간 욱하는 것을 참지 못해 나오는 대로 말해버리는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다. 어떡하면 이 못된 성질머리를 고칠 수 있을까고 오늘 밤도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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