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과 동시에 세월은 흐르고 아기에서 아이로 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었는가 했더니 중년을 지나 중년도 아닌 것이 노인도 아니다. 우리말 노인은 어휘가 늙어 보여 영어 시니어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이 듦을 싫어 하지만 겨울 지나고 봄이 옴을 무척이나 반가워함은 가는 세월 잠시 잊고 봄의 설렘을 좋아함이리라. 오늘도 하얗게 만발한 배꽃을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맛난 수제비 한 그릇을 비웠다. 거울을 본듯한 친구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귀를 위로 힘껏 잡아당겨 입가 주름을 펴본다. 아서라, 그런다고 60대가 50대가 되랴. 어느새 두 손은 힘없이 무릎으로 떨어진다.
켜켜이 쌓인 나이는 나무처럼 나이테가 생기듯 이마에 생긴 주름살은 없앨 수도 없고 온전이 나이 들었음을 증명하며 황혼의 들녘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도 내일을 기다리며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음은 무엇 때문일까. 이제는 아마도 아이들의 꿈을 좇아 따라가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들의 희망이 나의 희망이 되었고, 아이들의 꿈이 나의 꿈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육신은 초라해져 가지만 마음만은 내 모든 것을 대신할 젊은 희망과 꿈이 넘쳐나고 있다.
나는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내 아이들의 희망이 이루어지고 꿈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도한다. 봄바람이 불어 나뭇잎과 꽃을 깨우고 세상은 봄으로 일렁이듯 나의 봄도 아직은 연분홍 수줍음으로 가득 채워본다.
나이 들어감을 굳이 마다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채워가는 멋진 시니어가 되어볼까 싶다.
나의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