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느라 골프를 그만둔 지가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본의 아니게 지금은 쉬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절친 J형님께서 파크골프를 하자며 그라운드로 불러낸다. 난 아직 채도 없는데 형님께서는 잠시 쉬는 채가 있다며 장갑만 들고 오란다. 그래서 약속을 하고 골프장에 갔다. 풍광이 깨나 아름답고 약간은 한적함도 맛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키 큰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더 멋진 광경이었다. 골프를 했기에 딱히 배울 것도 없이 적응만 하면 될듯한데 퍼팅은 만만치가 않았다. 시작을 하고 보니 금세 빠져들었다. 공을 치면 골프공의 경쾌한 소리와는 달리 탁하고 달아나는 공 맞는 소리도 정겨웠다. 평정심을 유지해야지 다짐을 해 보지만 몇 홀 못 가서 욕심이 앞장을 선다.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건만 무엇을 더 욕심을 부리는지 사람 마음이란 게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연 회비랑 갈 때마다 입장료 일만 원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회비도 입장료도 없이 채 하나 들고 가서 열심히 놀다 오면 좋은 곳이 되었다.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그러다 보니 은퇴 후 할 일 없는 노인들이 다 골프장으로 나오셔 운동으로 소일하는 참 건전한 장소가 아닌가 생각 든다. 가끔 내기 공을 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 또한 그들의 재미거니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나는 아직 골프채가 없다. 절친형님의 남편분 것으로 내 채를 장만할 때까지 이용해도 된다고 하셔 잘 사용하고 있다. 채를 구입하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같은 모델이라도 시리즈별 종류도 많고 골프를 하지 않는 그들로서는 뭐가 뭔지를 봐도 잘 모르겠단다. 그래서 절친형님과 매장을 가보기로 했다. 가서 모델 비교도 해보고 가격도 알아보고 여러 가지 따져본 후에 사야겠다. 골프채가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니 신중하게 구입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골프채 구입으로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차이점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아이의 경우 바빠도 엄마의 부탁이라면 귀찮아도 섬세하고 성의 있게 귀담아 들어주고 찾아봐주고 내가 모르는 부문에 상세한 설명까지 해준다. 반면 큰아이는 귀찮으면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며 무성의함이 드러난다. 엄마의 부탁이 탐탁지 않은지 거두절미다. 며느리인 희진이는 뭐든 해주려 하고 친절하게 마음을 살펴주는데 정작 내 자식인 아들은 이기적이고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큰아이의 저만 아는 이기심도, 부모를 향한 관심부족도 다 내 탓이라 여겨진다. 애초에 그렇게 키운 내 잘못인 것이다. 며칠 지나서 큰아이가 골프채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가 왔다. 속으로 그래도 영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네 생각하니 마음 한 곳에 구겨져 있던 섭섭함이 풀렸다.
아이들은 뭘 사겠다고 알아봐 달라면 괜히 사달라는 것은 아닐까고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은 나 스스로 감당할 정도의 여유는 우리도 있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고부터 아니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부터 지금 사회의 돌아가는 상황들은 얘네들이 훨씬 잘 알고 있을 거란 가정 아래 작은 것이라도 물어보곤 하는데 그것이 그네들에게는 부담으로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자식 사이에도 눈치라는 것을 보면서 관계유지 가져야 한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 작은 사건이다.
나의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