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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봄이 왔나봐.

by 하이디_jung 2007. 3. 1.

 이월을 기억하기전에 어느새 삼월의 봄으로 와있네. 길가에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서 봄을 알리고 있다. 큰애가 학교로 올라가면서 짐을 실고 갈 일이 있어 며칠 차 없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버스는 이골목 저골목을 돌아서 40여분을 지나야 목적지에 내려다 주었다. 근 10여년 넘게 차를 가지고 다니다가 버스를 타보니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듯 시간이 정지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내릴때까지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제법이었다. 다리를 절면서 노구를 이끌고 겨우 버스를 타는 우리네 할머니에게서 세월의 고단함과 무상함을 볼 수 있고 싱거러운 아가씨들은 멋진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입가에 예쁜 미소지움에서 내 젊은날을 떠오르게 한다. 나의 자화상이라 할만한 내 또래의 아낙네들을 보면 겸연쩍은 미소와 어느새 내 나이 저 만큼이나 되었나 싶어 탈력을 잃고 처진 입꼬리를 당겨 올려 본다. 버스는 정거장 마다 안내방송을 하며 사람들을 내려놓고 태우고를 반복하며 세월도 시간도 함께 태우고 있었다.

 여유로운것이란 별것도 아닌데 나는 시간의 포로가 되어 동동거리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삼월 봄이네.

 산수유 노랗게 피는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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