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가는 날이 멀다고 느끼던 시간이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와 마음이 착잡하다. 이렇게 운치있는 가을 날 나는 병원으로 휴가를 가야될 형편이 되었다.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암 세포를 평생 달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온갖 걱정이 내 뇌리를 혼란 스럽게 한다.
나는 가을 날 나들이를 하고 싶다.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지나서 한적한 마을로 가 빨갛게 익은 감나무 아래서 내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런데 병원의 소독 냄새나는 곳에서 나는 가을을 보내야 한다.
가끔씩은 내가 처한 상황들이 못마땅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인생이 원래 이런 것이라 여기며 내 스스로에게 다른 주문을 걸어본다.
수술이 잘 될거라 생각하며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본다. 23일 입원해서 24일 수술을 하기로 했다. 주위 지인들께서 정말 진심어린 걱정과 염려로 나를 위로 한다. 그동안 몰랐던 지인들의 나에 대한 마음들이 참 깊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봄이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가을에서 도망 가려고 한다. 피치못할 일이긴 하지만 나는 잠시 가을을 떠나있어야 만 되는 이유가 있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시간들이 나를 기다려 겨울로 함께 나들이 가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