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다 문덕 떠오른 것은 아직도 나는 전업주부로써 지극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프고나서 계속 쉬는 것이 어느새 두 달이 지났건만 전업주부란 것이 꼭 남의 옷을 입은것마냥 부자연스럽기가 이를데 없다.
막연하게 출근을 할 것 같기도하여 뭔가 긴장이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의 일상들이 낮설고 괴리감마저 들기도하니 말이다.
처음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산을 오르던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는데도 마음 한구석엔 지금은 쉬고 있으니까 즐기는 것 같고 얼마 후는 할 수 없을거야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 등산복도 갖추지 않아 산에 갈 때는 늘 남편의 등산복을 우장바우처럼 입고 다녔는데 얼마전 나도 등산복 일절을 장만해 보았다.
자켓. 자켓안에 입는 보온잠바. 겨울바지.모자 그리고 장갑까지 완벽하게 끼고 제법 산사람 같이 하고선 산에 간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정말 자유스러운 시간들 앞에 나는 내가 가져야 할 시간들이 아닌것 같이 느껴짐은 왜일까?
오랜 시간을 가게와 집을 오가며 동동거렸는데...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익숙해 지겠지...
아직도 나는 남편이 출근하고나면 빨리 청소를하고 머리 감고 세수하고 책상앞에 앉아서 책을 본다.
늘 일하던 습관이돼서 아무것도 하지않고는 안된다. 그리고 11시쯤되면 산에 간다.
한 시간가량 산을 다녀오면 점심 먹고는 공치러 간다. 아참 새해부터 공치는걸 배우려고 한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마련해 두었는데도 뭔가 찝찝한 기분. 이처럼 부담스러움에서 벗으나 홀가분한 기분은 언제쯤 느낄 수 있을런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남편이 힘들거라는 그를 향한 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