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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봄바람

by 하이디_jung 2008. 5. 7.

  봄바람은 두 빰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작은 언덕에 부딪치며 싱그러움 속으로 사라진다. 하얀 공을 표적을 향해 날리며 만족해 하기도 아쉬워하기도 한다. 골프 모임에서 필드에 나갔다.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즐겼다 소장파와 노장파로. 먼저 소장파가 치고 나가고 노장파인 우리도 게임을 시작했다. 경화는 나더러 먼저 쳐야 된다면서 늘 나를 앞세운다. 우리는 아직은 초보인지라 공 치는건 뒷전이고 산들거리는 봄바람과 오월의 향기에 더 매혹 되었다. 경화야 송혜야 7번 아이언으로 언니야 샌드웨지로 뜨라 서로에게 주문을 하기도하고 앞서가는 동생들을 소리쳐 농을 걸어 보기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뒤따라 오는 팀이 없어 망정이지 뒷 팀이 있었으면 매너 꽝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관의 아이리스CC 는 초보자들이 많이가는 파3 필드다. 내가 보기엔 손바닥만한 그린이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맛이 나름대로 있는 것 같다. 파3 필드치고 대구 경북에서 두 번째는 간다나?

 싱그러운 오월에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하늘을 가르고 공은 간혹 나무에도 내려 앉고 간혹은 연못에도 빠진다. 그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 인생을 한 박자 느리게 여유로움에 빠져보는 것 또한 멋진 삶이 아닐까. 산들 바람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파란 잔디위엔 태양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한가로움에 나뭇닢은 가늘게 흔들리며 여자들의 재잘거림에 몸을 떨고 있는 듯 했다. 9홀을 다돌고는 동생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얌전하고 새침떼기 같은 정민이. 자지러지게 웃을 줄 알고 행복이 웃음을 따라 피어나는 공주. 마음이 수정 같이 맑고 순수한 종숙이 오래 전부터 친구였던 것 처럼 편안하고 정을 줄줄아는 경화. 낮은 음자리로 소근거리며 가만가만 다가오는 송혜 그리고 이런 예쁜 동생들을 만나서 날마다 행복한 여자 나. 모두들 정겹게 다가와 언니라며 놀아 준다. 나는 오월에 봄바람이 났나보다. 한꺼번에 만난 아우들로 인해 봄바람이 났나보다.

 봄바람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으니 오랫동안 그들과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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