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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가족과 혈육

by 하이디_jung 2008. 12. 20.

 

  가끔 자신이 왜곡됨을 볼 때 어두운 미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세상이, 사람들이 보이는대로만 볼려는 경향이 점점 두드러지는게 아닐까 의심된다.

세상 모든 일들이 도화지에 그림 그린듯하면 세상사는 재미가 사라지고 무의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주위 환경들이 가끔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나 또한 내안에서 느끼는대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벽 같은 것을 느낄 때 참담하다 못해 영원으로 달아나고 싶어진다.

연말이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일 모임이다 송년회다 다녀보면 웃고 떠들어 보지만 늘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인 것 같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였던가를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투적인 것 말고는 뚜렷한게 없다.

글벗이 말하기를 가족과 혈연 밖에 없다고 했다.

너무나 뻔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여 보면서 눈을 감고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얼만큼의 사랑과 희생으로 내 가족과 형제에 애정을 주었던가.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고, 남편에게는 아내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했으나 사랑을 준게 아니라 정을 주었던거 같다.

처음부터 남편과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로 지내다 정이 들어 결혼했기 때문이다.

사랑보다 더 무서운게 정이라고...

지금은 서로가 그냥 편안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아직도 사랑이 무한대임을 실감한다.

남편 없이는 살아도 아이들 없으면 못사는게 모성이라 하더니...

반면에 나를 낳아주신 친정 어머니에게는 아직도 불효하고 있다.

친정 어머니는 내 나이 40이 넘도록 내 속옷까지 빨아주었고, 내가 횡하니 여행이라도 가면 아이들 수발에다 사위 수발까지 들어 주었다.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친정 어머니가 딸이 아까워서 아무것도 못시키는 줄 알 정도였다.

난 그런 어머니께 그러지 마시라고 해보지만 어머닌 그렇게 딸을 위해 하는 것에 늘 행복이라 생각했다고 지금도 가끔 말씀하신다.

어머닌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은 양반이라 자식인 내게 온갖 정성을 다하신 것이다.

동생은 늘 떨어져 혼자 부산에서 생활 했기에 어머닌 내게 사랑이 지나쳐 잡착에 가까운 사랑을 하셨던 것이다.

지금은 친정과 조금 떨어져 살고 있고 이제는 연세도 들고보니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맛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하신다.

그러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 하지않았던가.

난 내 자식이 먼저라 어머닌 뒤로 밀린다.

이제 얼마를 더 사실지 모르는데 잘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 뿐인 것 같다.

난 어머니가 돌아 가시면 너무너무 억울해 하면서 통곡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한점 혈육 남동생...

동생에 대한 내 사랑은 늘 무덤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살갖게 느껴지고 염려가 되었다.

소중한 내 가족과 형제 부모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떠올려 보게 만든 내 글벗 친구, 아마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해 보라는 뜻 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궁극적인 목적은 가족과 더불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자중자애하고 내 흐트러진 마음을 가지런히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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