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찾아온 온 산 가득한 눈꽃은 내 님인양 반갑다.
어제 오후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저렇듯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 감동에 젖게 한다. 자연의 오묘함은 알고 있으나 내 앞에 아름다움을 펼쳐 보일 때 마다 새삼 위대한 연출에 흥분하고 숙연해 진다.
햇살에 반짝이며 한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는 것 또한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연의 변화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하고 무미건조 하겠는가, 새삼 자연의 순환에 고마움을 느껴본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육신을 정화하고 새롭게 힘을 얻기도 한다.
오래전에 백두산을 다녀 오면서 큰 에너지를 몸에 받고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백두산에 올라 보니 장대한 기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호방함에 호연지기를 길러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웅장한 구릉위에 키작은 야생화가 그 넓은 천지에 가득 피어나 숨막히게 아름답던 희열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장백폭포 앞에서 천둥같은 물소리와 웅장함에 내 작은 존재를 깨달고 겸손하게 살겠다고 얼마나 다짐 했던지, 그리고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옥색의 폭포수에 손 담그며 그 맑은 물처럼 깨끗하게 살아 가겠노라고 되뇌었건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이기심과 탐욕에 찌던 인간에 불과하다.
결국은 나를 잃어 버리고 도시적 인간으로 메마른 정서와 희미한 꿈을 쫓아 끝없는 스페이스를 날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어릴적 순결함과 순수함은 어디에다 내려 놓았는지 찾을 길 없다.
언제쯤 이 삭막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눈앞에 펼쳐진 순백의 자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초록 색깔로 몸단장을 하고서 어여쁜 색시마냥 연분홍 진달래 한아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복하며 내 봄을 기다릴 것이다.
바람에 은빛 눈가루가 나무에서 반짝이며 흩어진다.
아쉽다, 조금만 더 그대로 설화되어 내게 기쁨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이른 아침 눈꽃을 보고 도시의 병을 앓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순수함으로 돌아 가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