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산행을 위해 마호병에 맑은 커피를 담아서 베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일요일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산행이 라이온스 클럽내 부부동반 등산모임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를 태운 버스는 팔공산 한티재를 향했다. 하늘은 우울하게 뭐라도 내릴 것 같이 찌푸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 곳에는 이미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이 펄펄 내려 환상적이었다. 친한 일행과 산을 향해 올라가 두 팔 벌여 "야호"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다른 사람들은 식당에서 올라 가느니 못가느니를 분분한 의견으로 왁자지껄하다. 우리 둘은 내가 준비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너무나 로맨틱하고 황홀해 그저 깔깔거리며 어린 아이마냥 좋아 했다. 얼마후 연세가 좀 있으신 회원들은 식당에 남아 담소를 나누기로하고 젊은 사람들은 모두 산행을 하기로 했다. 많은 눈이 나무가지 사이로 내리고 수북히 쌓인 낙엽은 눈에 덮혀 아이젠을 하지 않은 등산화는 미끄러지기 일수 였다. 그래도 조심조심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스틱을 잊고 가져가지 않아 막대기를 주워서 지팡이로 의지하며 올라 갔다. 여자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음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솔밭밑에 눈을 피하고 있는 새들을 놀라게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으로 오르니 점점 더 많은 눈이 내려 약20센치는 넘게 쌓였다. 조심조심 정상에 올라 각자 가져온 차와 과일을 눈을 맞으며 먹었다. 눈 오는 날 등산은 참 만나기 어려운데 약30여명의 회원들은 모두 행복해 했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은 마음을 순수하게 이끌어 타인을 배려함이 한층 더 많아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회원들은 서로를 향해 "사랑 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주고 받으며 인류에 봉사하는 단체가 되기를 다짐해 보기도 하였다. 정상에서의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하산을 했다.
식당으로 내려오니 눈은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한 회원님께서 점심을 스폰서 하시어 한 마리의 염소는 기꺼히 인간의 즐거움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즐거운 점심을 먹은 일행은 난로가에서 군고구마를 즐기며 추억담을 쏳아 내었다.
즐거움과 포만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생각들은 하지 않고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에 이야기들은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참 여유로웠다.
어둠이 일행을 산에서 쫓아내고 있었다.
왔던 길을 돌아서 오며 깨지지 않은 여흥은 기꺼히 2차를 가야 한다고 우기는 어느 회원님의 이끌림에 맛있다는 한우 식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난 육식을 많이 하지 않기에 그냥 즐거움에 함께 했다.
어둠을 뚫고 강물은 흐르고 모처럼 내리는 비는 봄을 준비하기 위해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하루가 즐거웠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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