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보낼 때도 없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써내려가다 지운다.
보세요.
그 동안 잘 계신가요?
언덕을 따라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네요.
아!
하이얀 목련도 우아하게 피었고요.
매화는 기품있게 피어서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네요.
며칠전 홍매화가 핀걸 보고 너무 감격 했답니다. 수줍은 여인마냥 볼그레하게 피어서 내 발길을 붙들었지요.
자연의 순환은 늘 감격이라고 중얼거리며 그리움에 젖어 쉬이 자리를 떠질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위해 후리지아 한 다발을 샀지요.
내가 좋아하는 후리지아와 아이리스는 내 봄의 상징이거던요.
그저께 친구들과 모임이 끝나고 쇼핑을 했지요.
친구랑 구두를 한 켤레씩 샀는데 난 연두색 구두를 사고 친구는 보라색을 샀지요.
보일 사람 없지만 늘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며 예쁘게 단장을 한답니다.
단비의 봄은 슬픔이예요.
무엇 때문인지는 짐작하실 거예요.
오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이팝나무에 꽃이 피면 내게 희망이거던요.
하얗게 눈부신 꽃은 내 숨겨진 꿈이 있으니까요.
전 오월에 피는 이팝나무 꽃을 참 좋아 한답니다.
여보세요.
개나리가 피었다고, 목련이 품위있는 자태로 피어나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속삭여 본다.
봄병아리처럼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듯 나는 목련꽃 바라보다 답답한 마음에 하늘 한 번 쳐다 본다.
봄은 내게 늘 아픔이다.
온전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탓일거다.
불안정한 내 정신세계가 현실의 냉정함을 읽어내지 못하고 스스로 상처를 내곤 한다.
오늘도 보낼 곳 없는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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