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스케치

일상을 여유롭게하는 茶

by 하이디_jung 2009. 3. 7.

 

  산수유 노란꽃이 봄을 데리고 왔으나 오늘 아침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얼음이 얼었다. 화들짝 놀란 화신이 미소를 거두고 있다. 봄은 심술궂은 날씨로 움추려들곤 한다.

솔샘의 모임은 늘 차가 있어 좋다.

오늘도 H형님이 말차와 중국 차 대홍포를 가져와 우렸다.

식사후 먼저 말차로 입안을 쌉싸름하니 싱거러운 향이 푸른 초원에 앉은듯 오월이다.

한참후 발효차인 대홍포를 우려서 그 깊고 은근한 향에 가을을 느낀다.

대홍포를 마시며 대홍포가 유래된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야기를 하자면, 옛날 중국 어느 나라에 왕비가 깊은 병을 앓았는데 온갖 좋은 약은 다 써 보아도 낫지를 않았단다. 누군가 차잎을 따서 잘 다려 왕비에게 받쳐더니 그 찻물을 마신 왕비는 병이 씻은듯이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을 안 임금은 그 차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가 고마운 차나무에게 홍포를 벗어서 덮어 주었다고 한다. 그 후로 그 나무에서 나는 차는 대홍포라 불렀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차를 너무 좋아하고 차도에 어긋남이 없이 예절을 제대로 안다고 늘 형님들은 칭찬이다. 사실은 차 예찬론자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차를 좋아 한다.

이제는 차가 혀끝에 와 닺는 느낌으로 잎차인지 발효차인지는 구별한다. 그리고 국산차인지 중국차인지 아니면 일본차인지는 대충은 안다고 자부한다.

차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혀끝에 와 닺는 은은한 향과 다관에서 잘 우려진 차를 수구에 따를 때 또르르하고 떨어지는 그 맑은 소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잘 받쳐서 다소곳이 입으로 가져가는 여유로움도 빼 놓을 수 없는 미학이다.

맑은 차를 즐기는 탓인지 커피를 마셔도 믹서커피는 입에 맞지를 않아 잘 마시지 않으며 첨가물을 아무 것도 넣지않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마신다.

그래서 커피는 늘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다니다보면 요즘은 원두를 내리는데가 많아서 훨씬 좋아졌다.

우리 차를 좋아하니까 그런지 다기세트를 참 좋아해서 이쁜게 보이면 사모으기도 한다. 얼마전 등산을 가서 내가 찻잔을 꺼내서 차를 받으니까 사람들이 놀라워 했다.

김천 직지사를 다녀오면서 산 찻잔인데 약간 투박하면서도 우아하고 크기도 보통 찻잔보다는 약간 더커 휴대용으로 안성맞춤이라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야외에서나 종이 컵을 사용하게 될 자리에서 내 컵을 사용한다. 누군가 이쁘다고 탐을 내길래 찻잔주머니는 빼고 찻잔만 주었다. 그녀가 너무 좋아 하길래 다음에 만나서 하나더 주어서 두개가 되도록 채워 주었더니 정말 행복해 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 한다.

시간되면 연꽃차를 마시러 가야겠다.

연하면서도 우아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지는 그 향을 음미하러 가고 싶다. 그리고 넓은 다관에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연꽃의 자태를 보고 싶다.

오늘은 기운이 맑아졌다.

찻잔을 두 손으로 모아 받쳐든 마음처럼 연한 풀 내음이 마음과 몸에 가득 채워졌다.

보고 싶은 사람 볼 수 없고 소식 없음에 내 슬픈 영혼이 모처럼 맑은 기운으로 다시 내일을 꿈꾸게 한다.

'나의 스케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낼 곳 없는 편지를 써요  (0) 2009.03.16
잊혀진 시간  (0) 2009.03.11
은사님께 드리는 글월  (0) 2009.02.28
산행  (0) 2009.02.23
눈꽃  (0) 200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