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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모로코

by 하이디_jung 2009. 5. 4.

모로코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 사하라 사막 끝으로 북아프리카에 속한 나라,

먼저 카사블랑카와 테너리가 떠오르는 나라,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순박한 나라,

히잡을 쓴 여인의 손에 새겨진 헤나문신을 보면서 사치를 읽어낼 수 있는 나라...

스페인에서 훼리로 지브롤터 해협을 30분 정도면 탕헤르에 도착한다.

첫날 탕헤르에서 제일 좋은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굳이 제일 좋은 호텔이라고 응급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슬람 전통복장 아랍상인들이 입는 복장을 한 직원이 룸서비스를 하는 것까지 좋은데 엘리베이터는 자동 개폐식이 아닌 '앞으로 잡아당기시오'였다. 문을 잡아당겨 들어가서 다시 잡아당기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것이다.

호텔 식사도 유럽에 비하면 형편없이 나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묵은 호텔은 최고며 그렇지 못한 호텔에서는 벌레며 도마뱀이 기어 다닌다고 했다.

하룻밤을 잘 보낸 일행은 페스를 향했다.

들녘은 스페인과는 달리 이제 막 밀이 파랗게 자라고 있었고 초원에는 양 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당나귀 수레는 그곳 사람들의 교통수단인 듯 보이고 찻 길 옆으로 선인장에는 빨간 백년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지나는 우리는 그 붉은 열매를 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지게 했다.

페스는 가장 오래되고 보존상태가 좋은 중세 이슬람 도시로 모로코의 옛 수도이기도 하다.

메디나와 테너리는 단연 최상의 볼거리였다.

메디나는 복잡한 미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특산물인 가죽염색공장, 좁은 골목길에서 짐을 나르는 당나귀, 눈만 드러내 놓은 히잡을 쓴 여인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 속으로 갑자기 들어온듯한 너무나 이국적인 세상에서 현지 가이드를 따라 끝없는 미로를 헤매고 다녔다. 오리엔탈 리듬과 상인들의 왁자지껄한 소음, 가죽염색의 구역질 나는 냄새, 좁은 골목길에 당나귀의 배변물, 빨리 미로를 벗어나고픈 마음이었다. 메디나 한쪽에 테너리가 있었다. 간혹 티브이를 통해 가죽염색공장 테너리가 나오면 꼭 미술도구 빠레트를 보는 것처럼 둥근 통에 빨주노초파란보 무지개 색이 가득가득했다.

일행은 어느 상인의 옥상을 통해 작업장의 광경을 보는데 노동자의 힘든 삶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염색공장에서 일하는 그들은 최하층민으로 고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소리에 마음이 짠했다.

테너리 그곳은 오직 시각의 즐거움뿐 역한 냄새와 슬픈 노동자의 한이 서려있는 곳이었다.

테너리를 벗으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모로코 전통식당으로 전통 음식 '꾸스꾸스'를 맛보기로 한 것이다. '꾸스꾸스'는 접시처럼 둥글고 넓적한 토기로 만들어진 용기에 조를 밑에다 깔고 그 위에다 닭고기를 얻고 당근과 양파 약간의 야채를 토핑 해서 다시 토기 뚜껑을 닫고 압력으로 쪄내어 음식물을 잘 섞어 개인 접시에 들어서 먹도록 되어 있었다. '꾸스꾸스'와 곁들어 화덕에서 갖구운 빵과 야채 샐러드가 나왔는데 그 빵 맛이 일품이었다. 아마 내가 먹어본 지구상의 빵 중에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서빙을 하는 아저씨는 서툰 한국어로 모나미 볼펜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기 아이가 공부할 때 필요한데 한국의 모나미 볼펜이 최고란다. 일행 중에 모나미 볼펜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꺼내서 다 주고 왔다.

그곳 레스토랑은 전통 아랍식 건축물로 천장이 높고 홀에 기둥이 여러 개 세워져 내실은 바깥에서 보이던 좁은 문과는 대조를 이루며 화려한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다. 홀 가장자리에는 따로 룸이 있고 안에는 긴 소파가 놓여 남자들이 긴 물담배를 물고 여유를 부릴 것 같은 장소였다.

모로코는 공식적으로는 입헌 군주제와 복지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나 절대권력의 왕권과 종교적인 권한을 왕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라다. 국민의 98%가 이슬람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종파는 수니파로 온건한 편이다.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까지 지배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스페인의 남쪽 지방에 이슬람 양식의 모스크와 문화가 많이 산재해 있다.

일행은 석양이 질 무렵 하산 탑을 둘러보았다. 하산탑은 12세기에 장대한 모스크의 건설을 시도했으나 알 모하드 왕조의 3대 야구부 알 만수르가 죽자 건설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300개의 거대한 돌기둥에서 한 왕조의 찬란했던 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카사블랑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넓디넓은 대지위로 저녁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태양은 처음엔 노란 황금색으로 기울더니 어느새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쪽을 따라 달리는 버스는 태양이 넘어가는 대서양 바다를 쫓아가는 듯했고 사방이 열려있는 초원과 맞닫는 하늘은 천지를 발갛게 물들이며 일행의 얼굴에도 한 잔의 와인으로 붉어진 얼굴처럼 볼그레하다.

가슴 저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그 무엇이 자꾸만 꾸역꾸역 올라와 희열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소리치고 싶었다.

노을을 따라 생각에 잠겨본다. 

저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주는 태양은,

추운 이에게는 따뜻함을, 대지의 모든 생명에게는 넉넉한 햇살로 열매를 열게 하고 꽃이 피게 한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얼굴 붉히며 지고 있는 것일까. 장엄한 노을 앞에 내 보잘것없는 삶이 초라해 눈을 감고 내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기도 하였다.

모로코의 노을은 초원과 하늘을 동시에 물들이고 뭉게구름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고 마치 태초의 하늘이 열리듯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경이로운 광경에 모두들 넋을 빼앗기고 가이드의 "아름답습니까"하고 묻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아프리카의 노을은 분명 다르다고 나는 얘기했다. 정말 장엄하고 아름다운 노을이었고, 환상적인 밤이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카사블랑카는 '카사(집), 블랑카(하얀)가 합쳐져서 카사블랑카(하얀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항만 도시이며 공업도시이다.

모로코의 공업생산의 90%가 카사블랑카와 주변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 카사블랑카의 낭만과 로맨스는 사라지는 거품과 같았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릿드 버거만이 주연한 '카사블랑카'의 영화를 기억하는 일행은 높은 빌딩 속에 자리한 우리가 묵을 호텔을 보면서 꿈은 사라지는 서운함을 맛보아야 했다.

탕헤르와 달리 카사블랑카의 호텔은 번창한 공업도시답게 멋지고 훌륭했다. 카사블랑카의 이슬람 문화센터와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원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났다.

이른 아침을 먹은 일행은 아침 햇살이 깨어나는 모하메드 5세 광장과 하산 메스 끼나를 관광했다.

햇살을 받은 하산 메스 끼나의 탑은 금빛으로 물들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조용한 아침에 그 넓은 광장을 지나 하산 메스끼나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은 졸린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들었다. 대서양 해변에 지어진 메스끼 나는 너무나 멋있고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일행은 고요가 넘치는 대서양 바닷가에서 파란 바다 위 햇살로 반짝이는, 빛나는 보석 같은 추억을 가슴에 가득 담아 스페인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간식거리를 찾아 매점에 들렀으나 텅 비어 있는 선반과 과잣 값에 놀라고 말았다. 아직은 물자가 풍족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과자류나 간식거리를 찾지 않는 그들의 문화 탓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풍족한 물자 홍수 속에 사는 나로서는 좀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모로코를 방문하면서 아쉬운 것은 그곳 여인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인들은 집안에서만 활동을 하니 경제활동은 남자들의 몫으로 여자들과의 접촉이 쉽지 않았다. 언젠가 그곳의 여자들도 남자에게서 해방되어 히잡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올 날이 있으리라 여겨본다.

모로코, 그 곳의 들녘을 지나면서 양 떼와 당나귀 수레, 사탕수수밭, 넓은 초원의 비옥한 땅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저녁노을,

푸른 초원은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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