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법정 스님은 '살 때와 죽을 때'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나는 살면서 얼마나 철저했을까?
모든 일에서 철저하지 못했다.
그 때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와 돌아보니
수많은 일들을 성의없이 해왔고 또 하게 될 것 같다.
삶에 철저하지 못했으므로 지금의 내 영혼과 육신은 나약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얼마전부터 내 영혼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어린왕자의 별을 찾아 떠났다가
시인 김기림의 '나비'가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도시의 사막에서 늘 지쳐있던 내 영혼은
한 줄기 소나기에 흠뻑 젖어 몸살이 나버린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신기루는 참 아름다운 세상 같았다.
삶에 철저하지 못한 나는 늘 현실적인 삶을 추구하기에
앞으로 다가올 그 무엇에는 준비를 하지 않는다.
오늘에 충실할 뿐 내일을 미리 달려가진 않는다.
오늘 모임에서 지인의 말 한마디가 내 가슴에 꽃혔다.
"앞으로 10년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마냥 산다는건 세상에게 너무 부끄럽다"면서 조언을 해보라고 하셨다.
세상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그것은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또는 세상 그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는 아직 타인을 위해서, 세상 그 무엇을 위해서 내 육신을 힘겹게 해본적이 없다,
근데 그 분은 세상을 위해 나무를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에 푸르름 한 그루 남기면 다음 세상은
좀더 푸르른 세상에서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까며, 소박한 꿈을 준비하고 계셨다.
참 좋은 생각이라고 적극 찬성했다.
나는 세상에 무엇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 갈까?
지금부터 화두로 삼고 곰곰히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야겠다.
법정 스님의 모든 것에 철저해 전부를 다하라는 말씀이나,
세상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는 지인의 마음은
지금 앓고 있는 내 영혼에 청량한 바람과도 같은 울림이다.
내 이런 호사스런 가슴앓이도 세상에 미안한 일일 것이다.
'나의 스케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병인양하여 (0) | 2009.10.15 |
---|---|
재래시장(초계장)을 다녀와서... (0) | 2009.09.26 |
바람부는대로 (0) | 2009.08.11 |
백일홍 (0) | 2009.08.07 |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 (0) | 200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