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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재래시장(초계장)을 다녀와서...

by 하이디_jung 2009. 9. 26.

 

  가을은 참 아름답다.

하늘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맑은 코발트색 뭉게 구름 흘러가고, 들녁은 어느새 황금 물결이 일렁인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지나 한적한 시골 길을 달려간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을은 도심에 찌들린 영혼을 풍요로움과 고요함으로 맑게 정화를 시켜준다.

이번 여행길은 재구 합천군 향우회에서 고향을 걱정하는 애향심에서 비롯된 '내고향 재래시장 장보기'의 일환으로 대구에서 합천 초계장으로 원정 장보기를 주선한 것이다.

남편의 고향이자 나의 유년을 보낸 합천은 내 가슴에 아쉬움과 아름다운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재래시장 장보기를 듣고서 친구들과 참가했다. 가끔 TV를 통해 고향 사랑의 일환으로 재래시장 장보기를 보면서 참 좋은 생각이라고 했는데 마침 재구 합천군 향우회에서 행사를 한다고 해서 즐겁게 참가한 것이다.

두류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합천을 향해 떠날 때, 친구와 함께 고향을 가는 설레임과 가을로 나아가는 서정으로 약간은 들떠 있었다.

버스는 가을 들녁을 지나고 가을 산골짝을 몇 구비 돌아 가더니 어느새 초계장에 일행을 내려 놓았다.

일행이 도착해보니 군수님을 비롯해 많은 행사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초계장은 시골장 고유의 장터 내음이 물씬 풍겼다. 가을을 맞아 풍성한 과일과 채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시골 할머니들의 쌈지돈을 만들어 줄 작고 소박한 자판들이 투박한 할머니의 손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형 버스 두대로 나누어 타고 온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서니 시장은 침묵에서 깨어나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뭘 사야하나 바빠졌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말끔하게 세수를 한 듯한 은행이었다. 친구들과 은행을 한 되씩 사고 시장을 돌면서 조기, 대추, 들깨, 도토리묵 등등을 사고, 친구도 밤, 깨, 미꾸라지, 조기등 양손에 가득가득 샀다. 채소와 곡식은 여간사도 치루는 값은 얼마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뭘 더 사야할까를 궁리할 정도였다.

그렇게 가을이 일행들의 양손에 가득했고, 장터 가장자리에 식당이 차려진 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둘러 앉았다. 점심은 초계 라이온스 클럽에서 준비를 했다면서 떡과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국밥이 나왔다. 모두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어 맛있게 먹었다.

뭔가 산다고 사도 10만원을 채써지 못했는데 점심 대접까지 받는다는 것은 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지나가는 말로 두 가지 반응을 엿보았다. 어느 채소를 파는 분은 "오늘 같이 장사 잘 되면 살맛난다"라고 하시는 반면 입구에서 시장안으로 모퉁이를 돌아가니 어떤 장사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전부가 대구에서 오는 물건인데 등신같이 이 까지 뭐하러 오노"라고 하시는 것이다. 아마 그 분은 옷 가게나 침구를 파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참 씁쓸했다. 물건이 없어서 그 곳까지 원정을 간게 아니고 이왕이면 고향 사람들이 좀 나은 추석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향우회의 마음일진데 참 아쉬운 여운이라 해야겠다.

대구 사람들이 가서 얼마나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향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은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점심을 먹은 일행들은 많이 샀는데도 불구하고 또 뭔가 빠진게 없나 둘러보며 약속된 시간이 되도록 시장에서 이 것 저 것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버스는 약속된 시간에 많은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합천 영상테마파크로 길을 나섰다.

합천이 자랑하는 영상테마파크는 한 번 쯤은 볼만한 구경거리다.

합천호를 끼고 있는 영상테마파크는 수려한 자연 경관과 더불어 관광객이 시나브로 들리는 곳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들은 테마파크안으로 구경을 하러 가고 테마파크를 몇 번이나 구경한 친구와 나는 향토 농산물 센터에서 국화 차를 얻어 마시며 한가로이 쉬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잡곡과 천마를 또 한 가득 샀다.

테마파크를 구경하고 나온 일행들은 임원진들이 이끄는대로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그냥 술 한 잔 간단히 한다고 했는데 가보니 참 황당했다.

술을 한 잔 하는 사람들은 넓은 자리를 마련하고 술자리를 갖고 있었고 다수의 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져 그늘에 앉아 술자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참 아쉬운 장면이었다.

세상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술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근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만 하였는지 술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료수 한 병도 준비하지 않은 임원진들의 배려 깊지 못한 점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작금의 세상이 아무리 술 먹는 세상이라 하지만은 국민 모두가 술을 먹는 건 아니다. 술을 못하는 사람, 술을 안 먹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다수의 술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차장 벤치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자리가 끝나길 기다리며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향우회 엄청난 기금을 조금만 풀어서 떡 몇 되만 해왔으면, 그리고 음료수 몇 병만 준비했더라면 즐거운 장보기가 되었을 것인데 참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술자리를 함께한 분들은 대부분 향우회 모임이나 산악회를 통해서 자주 보시는 분들 같은데 언제 만나도 반갑긴 하겠지만 어제 같은 날은 진정 장보기를 하러온 많은 다른 분들께 신경을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다른 많은 사람들은 고향이 합천이 안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장보기 초대 손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손님 대접을 했어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다름이 아니라 두류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떠나기 직전 어떤 분이 마이크를 잡고 일정을 소개했다. 근데 버스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께 인사도 없이 일정을 급하게 소개를 하고는 앞차로 가버렸다. 무엇히 그렇게 바빴는지는 모르겠으나 합천군 17개면의 재구 향우회를 이끌어 가는 임원으로써 그런 어설픈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마이크를 잡으면 어디서나 '저는 누구이며 만나서 반갑다'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는데 그 큰 조직을 운영하는 임원진이 실수를 한다는 것은 합천군 향우회의 부끄러움이 아닐까. 향우회 회장님도 초계장에 가서야 뵐 수 있었다. 따로 차를 타고 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버스를 타고 오셨다면 당연히 뒷 차에도 오셔서 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분이라며 인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여성들은 지역 사회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하기도하고 의식도 열려 있어 옳고 그름의 판단 쯤은 하고 산다고 생각한다. 임원진들께서 그저 한 가정의 아둔한 주부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참고로 저의 남편은 대양 사람이며 저 또한 대양에서 유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합천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임을 밣혀 두고자 한다.

어쨌던 장보기 행사를 주관한 마음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고 임원진들께서는 차후에 이런 실수는 다시 없기를 바란다.

고향과 고향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정을 가지고 있기에 하고 싶지 않은 쓴소리 몇 마디 하게 되었음 널리 이해하고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즐거운 장보기가 될 수 있었을 시간들이 시간낭비를 해버린 하루가 되어 버린게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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