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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마지막을 위하여

by 하이디_jung 2010. 6. 22.

 

  인간이 죽음앞에 초연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민이 교차하겠는가, 아직은 죽음이란 지구 끝 어디엔가 웅크리고 있을 암흑의 시간들이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는 절망과 체념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올해 아버님의 연세는 84세다.

그럼에도 죽음앞에서 두려움 때문인지 항의하는 눈빛이다. 아이 달래듯 따뜻한 손길과 마음으로 보살펴 드리지만 아직은 받아드리지 않으려는 눈치다.

아버님의 병상은 큰자식과의 불편함이 외로움으로 연결되고 당신 살아온 세월이 후회와 회한으로 이어진다. 옛 말에 '삼종지도'란 말이 무릇 아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늙은 후에는 자식을 따라야 집안이 편하고 말이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삶이 옛날과 달라서 부모자식간에도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수 뭔가를 할 수 없을 때는 병원의 신세를 지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사실들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대면대면하는 큰 자식 대신 인간으로써, 그보다 부모의 연을 맺은 자식으로써 도리를 다해야 된다는 것이 내 마음인지라 날마다 들려서 위로가 되려한다.

간병인 아줌마의 정성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어디 자식만 하겠는가.

아버님은 몸져 누워계셔도 아직도 서설이 퍼렇다.

그래서 형님네는 아버님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세상 떠나면 모든게 부질없을 것을 참 안타까울 뿐이다.

아버님께서도 이제는 모든 마음 거두시고 평안을 찾으시면 좋으련만 아직도 삶에 미련을 못 버리고 계시니 더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아버님께 딸이고자 한다.

그 응석 다 받아드리고 편안함을 가지시도록 애교를 떤다.

세상 떠나면 다 무슨 소용인가.

원망도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지 돌아가시면 아무 소용없는 것인데...

아버님께서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부끄럽지 않는 내가 되려한다.

하루 해는 너무도 짧다,

지나간 시간들이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생애 마지막을 위하여,

멋진 모습을 남길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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