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낮게 내려 앉고 습기로 채워진 대기가 더위를 뿌린다.
아침부터 소나기가 지나가더니 무더위가 팽팽하다.
어학실 다녀와서 눈에 거슬리는 집안의 물건들을 치웠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구입했던 카페트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거추장 스러운 애물단지 같은 물건이었다.
구입할 때는 수십만원을 주었지만 오래 사용하다보니 실증이 났다.
십년도 넘는 추억을 담고 있지만, 해마다 드라이 하려면 4만원이나 든다.
유지비가 만만찮은 물건이다.
이런 저런 이유도 있지만,
'버릴 줄 아는 여자'란 책 제목이 떠올라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가을이 되면 집안을 아늑하게 만드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던 물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깔끔한 게 좋아진다.
요즘 작은 아이가 집에 있어 점심을 함께 먹는다.
아이가 아침을 거르니까 점심만은 꼭 챙겨 먹이고 싶어서다.
어떨 땐 좀 귀찮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