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인간에게 넉넉함의 정서와 쓸쓸함의 정서를 함께 느끼게 한다.
넉넉함은 물질적인 정서인 반면,
쓸쓸함은 정신적인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느끼는 풍요로움은 행복이며,
쓸쓸함은 외로움이다.
어느 새 가을이 깊어 벛나무가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 필드에서 1박2일 공을 쳤다.
아직은 잔디가 파랐지만 다음 주면 누렇게 될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화창한 날씨,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라운딩을 했다.
보문CC에서 오후에 공을 치고 경주에서 소문난 맛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달빛을 따라 첨성대와 반월성을 돌아 오릉까지 걸었다.
보름을 하루 앞둔 은은한 달빛은 구름속에 숨었다 내밀다를 반복하며 여인들의 산책을 신비롭게 해준다.
마치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신라의 여인으로 돌아가 꿈을 꾸는 듯하다.
숙소에서 윷놀이는 마음 껏 웃게 만들었다.
편을 나누어 놀았는데 우리팀이 이겼다.
숙소가 떠나갈 듯 웃고 떠들었다.
그날밤의 여인들은 입센의 '인형의 집' 로라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페미니스트들이다.
다음 날 바다가 훤이 내려다 보이는 감포CC에서 즐겁게 공을 치고 바닷가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돌아 올 때는 피로가 겹겹이 몰려들어 즐거웠던 시간들이 일렁이는 바다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