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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담배집 큰집

by 하이디_jung 2015. 11. 3.

 
  오늘도 담배집 큰집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아침 출근길 그 집 앞을 지나가면서 잠시 들여다보니 계단식 화분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화분에선 가을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 집 안주인은 꽃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겨우 사람이 지나다닐 만큼만 남겨두고 여러 종류의 꽃나무들로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문을 열면 화분대에서는 봄이면 영산홍이며 팬지, 시클라멘등 화사한 봄꽃으로 만발하고 여름이면 여름꽃이 가을엔 색색가지 국화가 가득 피고 있다.
 그 집은 오래전 내가 결혼을 하기 전 처녀시절 개발되지 않았던 우리 동네 구멍가게를 하시던 담배집 큰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담배집 큰집으로 불렀다. 내가 결혼을 하고 권이 와 훈이를 낳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20여 년을 살다 남편의 사업정리를 하면서 다시 주택으로 들어오면서 그 집 앞을 지나다니게 되었고 더불어 옛날 추억들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서 서른이 넘어가는 지금도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집이 아름답고 예뻐서가 아니라 늘 꽃이 피고 있는 그 집 꽃구경을 하느라 사람들은 그 집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집주인은 아침 일찍 대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시는지, 아침이면 대문이 활짝 열려 어둠이 내려야 대문은 닫힌다. 요즘 보기 드문 일이다. 누군가 침입이 무서워 대문을 꼭꼭 잠그고 사는 게 도시 사람들인데 그 집은 하루 종일 열려 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집 마당에서 철 따라 피고 있는 꽃구경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동네에서도 부자로 소문이 자자한데 도둑 걱정은 하지도 않는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모양이다. 꽃을 좋아하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고운분이란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지금은 아마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신 담배집 큰집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꽃처럼 아름다운 노후를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늙어 가고 싶다고 속삭여 본다. 내 나이 지금 중년,
 내 젊은 날이었던 그날이 담배집 큰집 앞을 지나가면 떠오른다. 국화향기 그윽한 어느 가을날, 그리고 그 젊은 날의 향기가 국화꽃을 타고 내 코끝으로 날아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아득한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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