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가을은 내 곁에

by 하이디_jung 2015. 10. 14.

 
 
 국화 한 송이 꺾어 수반에 꽂으니 가을이 덩달아 따라왔다.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한기가 어느새 깊은 가을임을 실감한다. 일을 하고부터 세월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마당에 심어 놓은 국화가 피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다 울어 주는 귀뚜라미의 자장가는 정겨움과 처량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창문에 비치는 달빛을 따라 일렁이는 감나무 그림자는 지나간 추억 한 자락 떠올리게 하였다.
  사이클을 따라 움직이는 병원일이 어쩌다 나를 집안에 갇혀두게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가까운 공원을 두고도 집에서 서성이게 되었다.
 가을이 만연한데 예전처럼 감동이 일지 않고 굳이 보고 느껴야겠다는 마음이 없다.
 나이 탓일까?
 환경 탓일까?
어쩌면 둘 다 영향을 미치는 게 맞는 거 같다.
물론 나이 들어 게을러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귀찮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도 있고,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몸을 쉬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자꾸 집에만 있게 되었다.
오늘도 작은 이블을 빨아서 옥상에다 늘고 가을 햇볕이 아까워, 하지 않아도 될 몇 가지 옷을 빨아서 또 늘었다.
가을 하늘은 깊고 푸르다. 마음이 밝은 어느 화가의 작품을 보는 듯 아름답다.
옥상에서 느끼는 작은 가을, 이만하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이미 네게 가을이 충만하지 않을까.
마당 한편 큰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대붕감이 가을을 담뿍 달고 있으니 산에서 들판에서 가을을 찾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진한 자주색 국화가 작은 수반에 담겨 가을  향기를 낸다. 가을은 이렇듯 내 곁에서 익어가고 있는데 다만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일 뿐.
괜히 먼 곳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어 걱정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집 큰집  (0) 2015.11.03
게으른 하루  (0) 2015.10.29
쓸쓸한 생일  (0) 2015.09.14
여름휴가  (0) 2015.08.25
아들의 U턴  (0) 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