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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게으른 하루

by 하이디_jung 2015. 10. 29.

 
  아까운 가을 햇살이 서산으로 종종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나는 그 햇살 한 줌 잡으러 옥상으로 올라가 눈부신 햇살 샤워를 받아본다. 지친다는 이유로 TV 앞에 늘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커다란 애벌레가 떠오른다.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애벌레 같은 삶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갑자기 게을러진 나를 보고 나 스스로 당황해하고 있다.
 지금의 작은 집에서 벌써 두 번째 가을을 보내고 있다. 마당에선 국화가 여전히 예쁘게 피고 있고 감나무엔 감이 빨갛게 주렁주렁 달려 있다. 가을 깊은 골짜기에 사람소리 대신 간간이 차소리만 들리는 도시의 한낮이다. 가끔은 이런 정적에 못 견뎌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고민에 빠진다.
 집안에서 소일거리를 찾아보지만 단출한 두 식구 살림살이가 뭐 그리 할 게 있을 리 없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온 뒤 이상하리만큼 책 읽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심심하다, 할 일이 없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허전한 마음을 커피로 채우느라 하루가 간다. 예전에 그렇게 꿈도 많고 할 일도 많더니만 그런 무수한 어휘들은 어디로 다 도망을 가고 공허함만 집안을 채우고 있을까.
일을 한답시고 지난날의 여유와 낭만을 잊고 지내는 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친구가 좋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그런 사람인데 요즘의 일상이 단조롭다 못해 정체된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세월에 떠밀려 나아가는 느낌?
 잃어버린 친구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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