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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행복한 날에

by 하이디_jung 2016. 5. 24.



  비가 온다.
올해 들어 봄비가 잦다.
오월이 가고 있는 오늘은 어쩌면 여름이 왔다고 해야겠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요 며칠은 이미 여름이었다. 일을 하고 꼬박 일 년이 지났다. 그 일 년의 시간들은 내게 새로운 삶으로 채워졌고 나는 시종일관 병원에서 집으로, 집에서 병원을 오갔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에 충실하며 가끔은 오래된 벗들을 만나 지금의 내 삶을 소중하게 펼쳐 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한 바퀴 한 해를 보내고 여름이 시작되기 전 뭔가를 기다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여름이 왔다가 길 바란다. 긴 시간 애써 견뎌온 시간들과 종지부를 찍고 한 계단 올라서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채비를 해야 된다. 큰아이가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잘 다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돈을 좇아가고 있지만 한길, 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돈보다는 학문을 택한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다. 평생을 공부하며 살아가야 하겠지만 우선 일차 목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어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다. 우리 가정에 찾아온 첫 번째 큰 경사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늘 나는 OFF다. 그래서 소파에 누워 뒹굴며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또닥또닥 떨어지는 빗소리도 음악처럼 들리는 건 아마 어제 작은 아이가 들려준 기쁜 소식 때문일 것이다. 작은 아이가 S생명 직원교육용 프로그램 PPT를 맡아서 꾸며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굴지의 보험회사 인사팀에서 운영하는 일을 프리랜스로 참여하며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 아들이 어디서 그런 능력이 나오는지 부모로서 대단해 보인다. 지금은 스타트업 멤버로서 결실이 미미하지만 머지않아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활비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맡은 일이라 생활비도 벌어 쓰면서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자식 잘 되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없다. 두 아이가 세상에 나아가 제 각각 몫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격려해 주고 믿어주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봄이 가는 것도 행복하고 여름이 오는 것도 행복하다. 오늘 촉촉이 내리는 봄비 소리에도 나는 행복해진다. 행복한 날에는 이렇게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자꾸만 미소가 번지는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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