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스케치

어머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by 하이디_jung 2006. 9. 3.

 벌써 9월인가 참 세월도 빠르다.

 어제 토요일 잠시 휴무하고 시골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어머님을 뵙지 못해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모처럼 도시를 벗으나 자연속으로 들어가니 어쩜 그렇게 맑아질까. 높은 하늘에 하이얀 솜구름이 온갖 형상들을 수 놓으며 달리는 나를 쫓아오고 어느새 고개숙인 벼는 가을 들판에 풍요로움을 선물한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위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것 같다.

 맑은 공기를 가르며 시골에 도착하니 두 노인네가 우리를. 자식을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었다. 노후엔 자식과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마음에 상처 받은지 오래고 이제는 가끔식 찾아주는 것 만으로 감지덕지 하시는것 같으시다. 갈수록 어머님의 병세가 더욱 짙어가고 아버님은 그런 어머님의 병 수발에 지쳐 무수하게 못쓸 생각을 하시기도 한다며 대꼬챙이 같이 꼿꼿한 자존심을 접어시며 못내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만다.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번 내려가서 한 끼 식사 같이하고는 쏜살같이 올라온다. 이런 자식들만 있어면 누가 자식을 낳겠는가. 참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이번에 보니까 어머님은 더 나빠져 있었다.몇 년전부터 어머님은 치매를 앓으시며 정신을 놓으셨다. 그렇게 자식들을 위해 얼마나 애써시며 산 세월인데...

  어머님과 바람도 쐴겸 밭에 나가서 고추랑 깻잎을 따러 나갔다. 나는 어머님의 기억을 일깨우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고추를 따는데 어머님이 " 이제 고만 따소 우리 아들도 줘야 되니요. 자꾸 다 따면 우리 아들은 딸게 없다아잉교" "어무이 그 아들이 내 아잉교. 어무이 작은 며느리" 그랬다 당신은 정신을 다 놓으시고도 못난 자식들만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 어머님 이 불효를 어찌해야 할까요? 그렇게 고우시던 분이 이제는 옷 한가지도 아버님이 입혀드리지 않으면 안되는 지금의 당신이 한없이 안스럽습니다.

  어머님 진정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했습니다.

  어머님 당신을 떠올리며 가슴 적십니다.

  제발 단 일초라도 좋으니 저를 기억해 보세요.

'나의 스케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모키  (0) 2006.10.02
뜬 구름  (0) 2006.09.12
친구의 슬픔  (0) 2006.08.30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네  (0) 2006.08.22
슬픔  (0) 200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