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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케치

네가 네가 아니다

by 하이디_jung 2008. 9. 26.

 

  네가 네가 아니다.

네가 바람나면 바람이 아니라...

요즘 넌 아줌마가 되어 있더라.

어제 내친구 강이 쏟아낸 질타적인 말들이다.

그래 나는 어땠는데?

늘 문학의 사각지대에 갖혀 세상에 나오지 않던 사람이,  어느날 세상 한 가운데서 나를 만났다는 듯 염려반 질타반으로 나를 호되게 다그친다.

강은 내 유년부터 시작해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라 나에 대해서 모두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정신세계와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어제는 내가 발가벗고 그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도 처녀적 이쁘고 이지적인, 자존심이 강하고 도도한 여자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최근의 동창 홈피에 올려 놓은 일련의 글을 보면서 "이 여자가 아줌마가 되었나 아니면 내공이 쌓여 득도를 했나" 라며 상당히 염려 스러워하고 있는 눈치다.

더블어 내가 고고하게 보이던 여자에서 일탈을 꿈꾸는 여늬 여자와 다를바 없어 보이는데서 오는 서운함이 배어 있는 모양이다.

아직도 그 친구는 내가 한 송이 국화처럼 향기로운 여자이기를 바라는가보다.

문학적 공간에서 그리고 유교적 틀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온 나를 그 친구는 잘 모른다.

그 친구와는 소통을하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난 아직 내 작은 변화에 대하여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새삼 놀라는게 난 그를 잊고사는 반면에 그는 늘 나를 관찰하고 관심을 놓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고맙다.

내 영혼이 지쳐 있을때 위로를 얻곤하던 내 친구

자존심이 강하고 야한 이야기에 얼굴이 빨개지던 나를 기억하는 친구다.

동창 홈피에 유머와 엽기는 내가 이만큼 나이를 먹고 접하는 새로운 세상이니 그 친구의 염려가 오죽하랴 싶다.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듣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던 지극히 탐미적인 내가 있었다

예전에 난 세상을 채우고 있는 물질들을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지을 만큼 냉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다 존재이유가 있다고 방향 전환을 했다.

작은 들꽃 한 포기 조차도 고귀한 생명이라고...

강의 말처럼 이제야 세상을 바로보고 바로 아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을까?

그 친구가 "너 왜그러느냐" 고 나무라지만 정작 나는 아무렀지도 않은 듯 "나 잘 살고 있어"라고 웃었다.

내 영혼이 자유로워짐에 대해 그 친구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바람 그래 바람.

나를 찾아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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