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스케치

산책이 주는 기회

by 하이디_jung 2008. 9. 30.

 

  구월이 간다.

더욱 얄팍해진 한 해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수도산 산행에서 시월이 문턱에 와서 머무르는 걸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은 나뭇잎들이 내 눈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담쟁이는 바위에 엉켜붙어 모진 생명력을 이어가듯 힘을 다해 담장을 끌어 안고 있다.

나는 그 누구를 저토록 힘을 다하여 끌어안아 본적 있었나.

새삼 나는 누구에게 뭐였던가를 생각해 본다.

자식으로 소임을 다 했던가?

부모로써 소임을 다 했던가?

친구로써 소임을 다 했던가?

내 이웃에게 소임을 다 했던가?

그렇지 못했다.

바쁘다고 뒤로 미뤄지고 성의없어 나중에 하겠다며 지나치며 살아온 시간들이다.

이러다간 현세에 변변한 공덕 하나 쌓지 못하고 돌아갈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부리며 살아 왔던가?

돈. 명예. 아니면 쓸데없는 욕심만 잔뜩 부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참 물을 것도 많은 것 보니 아무래도 내 성찰이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매일 나서는 저녁 산책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도 어둠이 내리는 들판을 따라 온갖 상념을 뿌리며 나는 걸었다.

 

'나의 스케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  (0) 2008.10.13
그리움  (0) 2008.10.01
네가 네가 아니다  (0) 2008.09.26
마음 다스리는 길  (0) 2008.09.20
선물  (0) 200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