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간다.
더욱 얄팍해진 한 해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수도산 산행에서 시월이 문턱에 와서 머무르는 걸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은 나뭇잎들이 내 눈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담쟁이는 바위에 엉켜붙어 모진 생명력을 이어가듯 힘을 다해 담장을 끌어 안고 있다.
나는 그 누구를 저토록 힘을 다하여 끌어안아 본적 있었나.
새삼 나는 누구에게 뭐였던가를 생각해 본다.
자식으로 소임을 다 했던가?
부모로써 소임을 다 했던가?
친구로써 소임을 다 했던가?
내 이웃에게 소임을 다 했던가?
그렇지 못했다.
바쁘다고 뒤로 미뤄지고 성의없어 나중에 하겠다며 지나치며 살아온 시간들이다.
이러다간 현세에 변변한 공덕 하나 쌓지 못하고 돌아갈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부리며 살아 왔던가?
돈. 명예. 아니면 쓸데없는 욕심만 잔뜩 부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참 물을 것도 많은 것 보니 아무래도 내 성찰이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매일 나서는 저녁 산책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도 어둠이 내리는 들판을 따라 온갖 상념을 뿌리며 나는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