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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스페인의 자연은...

by 하이디_jung 2009. 5. 2.

 

  노란 달개나리가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고 푸른 초원에는 보라색 허브 꽃이 수놓고 있었다. 노란 달개나리는 우리나라에서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한다고 영춘화로 불리며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 수종이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널브러진 꽃이 달개나리였다.

사월이 우기라고 하더니 햇살이 뜨거운가 싶으면 한 줄기 쏘나기가 대지를 적시고 비옥한 땅에는 이슬을 머금은 온갖 꽃들이 제 각각의 색깔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잉크를 뿌린 듯한 하늘에 솜구름 두둥실 떠 있어 어느 서양화가의 섬세한 붓질을 보는 듯 아름다웠다. 우리는 맑고 푸른 하늘을 고흐의 하늘이라 명명했다. 가끔 서양화가들의 하늘에서 그들은 왜 구름을 양 떼같이 또는 회오리 같이 그렸을까 의문에 잠기곤 했는데 이제야 그들의 하늘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루에 보통 7, 8시간씩 이동했지만 졸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눈길 가는 곳 마다 지천으로 피어난 초원의 꽃은 잔잔한 사랑을 불러일으켜 내 영혼은 이미 허공을 날아 어디론가 향하고, 인적이 드문 숲에서는 나뭇잎이 바람에 속삭이는 소리만 들려온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워 마치 지상낙원이 그긴가 했으니까.

프랑 산맥 구릉은 끝이 없어 보이고 조금은 남쪽이라 어느새 밀 익는 냄새가 들판을 채우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산맥이란 해발 천, 이천 높은 산악을 연상하는데 그들의 산맥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구릉이었다.

안개가 운치를 더해주고 아직 푸른 밀밭에서 빨간 양귀비 아름다운 자태로 바람에 나부끼며 갖은 교태를 부리며 나그네의 눈길을 붙들었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

넓디넓은 푸르른 밀밭위에는 내 한 줌 그리움이 출렁이며 바람에 날아간다.

내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를 낯선 땅에서 물어본다.

도무지 체계가 서질 않는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을 보면서 혼란스런 상념은 오히려 더 크게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형상이다.

참나무가 즐비한 숲을 지나면서도 유칼립투스의 숲에서도 내 상념은 잦아들지 못했다.

다만 내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결코 인위적인 시간은 갖지 않으려 한다.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면서 그 향기가 내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반신욕을 즐길 때 난 유칼립투스 아로마향을 즐긴다. 가끔은 로즈마리향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유칼립투스향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유칼립투스 나무가 지나친 수분 흡수로 땅을 황폐화시켜 벌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니 참 아쉬운 생각이 든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침대를 만드는 데는 최고목으로 쓰인다는데...

우리나라의 나즈막한 산과 작은 지형들과 달리 호쾌한 들판과 초원, 우리의 기이하고 멋진 소나무와 달리 유년에 그렸던 동그란 나무는 그곳의 소나무였다. 동그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그냥 이쁘게 보였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남쪽에는 척박한 땅에선 올리브 나무가 감동을 선사하고, 비옥한 땅에서는 오렌지 나무에 노란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가는 곳마다 나무를 달리하는 풍경은 작은 풀 한 포기에도 감동하는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의 만년설은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와 전설을 보는 듯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이 어떤 어휘로 말할 수 있으랴. 다만 그 평화로움에 기대어 내 작은 육신은 내일을 꿈꾸며 머리 조아려 신께 감사할 뿐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주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스페인의 자연은 세상이 형형색색 칼라였다.

물감을 뿌린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알록달록 예쁜 세상이었다.

충분한 햇빛으로 색깔이 선명하고 투명했다.

그래서 그들의 색깔은 칼라풀했던 것이다.

평생을 봐도 다 보지 못할 꽃을 나는 13일에 꽃구경을 다했다.

그립다.

빨간 양귀비의 그리움이 님을 향한 보고픔처럼 아련하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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