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스케치

한 해를 보내면서

by 하이디_jung 2009. 12. 30.

 

  12월의 달력은 이제 이틀만이 달랑 남았다.

아쉬운 한 해가 또 지고 있다. 늘 이 맘 때면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곤 하지만 아쉬움과 후회가 더 많이 발길을 붙들었다. 지나간 일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지 다짐해보지만 종국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만다. 내 의지가 약해서라고 말하기보다 그냥 그렇게 돼버렸어라고 변명을 해본다.

올 한 해는 정말 아무것도 한게 없다. 생각해보건데 한 거라고는 열심히 운동을 했을 뿐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한 것도 좋은 일이긴하나 정신적인 것을 우위에 두는 나의 가치관으로 볼 때 그것은 시간낭비라는 허무주의적인 개념에 빠질 수 있다.

유장하게 흘러온 역사는 나의 시간들이 작은 티끌에 불과하겠지만, 나의 일생이란 나 개인적인 엄청난 시간과 비중을 차지하는 "내가 곧 우주요, 우주가 곧 나라는 것이다" 이 것은 내가 살아 있음에 우주가 있는 것이요, 내가 사라지면 나의 우주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시간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 소홀히 했어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주어진 내 시간들을 하찮게 여기며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내가 무슨 큰 대의를 꿈꾸기라도 해야되는 걸까? 그런것은 아닌 것 같고 나 자신을 알고 나의 한계를 미루어 짐작하면서 소박한 꿈을 꾸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제 꿈꾸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가끔 어떤 꿈이 내 안에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 꿈이란게 결국은 꿈 같잖은 꿈의 형상을하고 있는게 아닌가. 누구처럼 잘 먹고 잘 사는 꿈, 아니면 명예와 권력을? 다 부질없는 것들이라 여겨진다. 이제는 나이들었음인지 그냥 평화롭게 사는거, 한적한 곳에서 문명의 이기주의에 물들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서 이탈한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 소속된 나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작은 꿈이다.

목가적인 그 작은 꿈 속에 나와 10년지기를 약속한 벗이 함께 해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지극히 도시적인 내가 목가적인 삶을 꿈꾼다는게 어쩌면 아이러니 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더 이상 문명을 향한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막연한 꿈들이 내게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시간을 산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참 딱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떤 꿈들을 꾸며 살아갈까? 참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꿈이란 단어와 소망이란 단어를 철저히 구별한다. 나는 꿈 보다는 소망을 이루려한다.

그래서 12월의 끝자락에 서면 늘 횡하니 바람이 인다.

경인년 새해에는 어떤 소망을 가져볼까?

 

 

'나의 스케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0) 2010.01.20
하얀 세상을 보면서  (0) 2010.01.05
눈이 오면 좋겠다.  (0) 2009.12.24
가을은 병인양하여  (0) 2009.10.15
재래시장(초계장)을 다녀와서...  (0) 200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