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고사가 있다.
오늘 가을 햇살은 딸을 내보내 발갛게 물들이고 싶어지는 날씨다.
모임이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조금 늦게 도착해 보니 회원들은 한지공예를 한다고 야단이다.
네스모임에서 그냥 밥먹고 수다 떠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뭔가 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색다르게 한지공예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미 제단이 다 되어 있는 한지를 곱게 풀칠을 해서 제 자리에 붙혀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겨자색으로 티슈 케이스를 붙혔다.
파란색도 이뻐지만 겨자색은 가을과 너무 잘 어울렸다.
노란 은행잎이 생각나는 계절이기에 노랑이 더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풀칠을 하고 쓸어 주고 밀어 주는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 티슈 케이스는 집으로 들고 와서 연하게 풀을 끓여 또 다시 몇 번의 풀칠을 더 해야만 단단하면서도 야물어 진다고 한다.
만들어 놓고 마무리 과정이 더 정성스러워야 제모양이 만들어 진다.
그래서 나는 풀을 쑤어야 할 것 같다.
가르쳐 준 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완벽한 티슈 케이스를 만들어 볼 요랑이다.
햇살 좋은 가을에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겨자색의 질투를 느끼면서 쓸어 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