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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기막힌 사연

by 하이디_jung 2012. 2. 8.

 

정초부터 참으로 애석하고 기막힌 사연을 접했다.

초딩친구인 U가 창졸지간에 불귀가 되어 떠나게 되었다.

이 친구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하여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어제 점심을 먹은 이 친구는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이웃집 치매 할머니가 대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어제 같이 추운 날 할머니가 길에서 떨고 있어 담을 넘어가서 대문을 열어 주려다가 이층에서 추락하면서 계단의 화강석 대리석이 떨어져 친구의 머리를 쳤단다. 친구는 지나가는 동네 아이들의 신고로 119에 싣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미 뇌사에 빠진 상태였다고 한다. 머리가 다 부서지고 손가락도 부러지고 만신창이가 된 모양이다. 이웃집 할머니를 도우려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친구가 가버렸다.

저녁 7시경 그 친구의 와이프가 내게 전화를 했다.

나는 통곡하는 그녀를 달래고 급이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족친지들이 다 모이면 산소호홉기를 제거한다면서 모두들 그의 죽음앞에 통곡하고 있을 뿐이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규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오려했는데 아마 병원에서 장기기증을 위해 시간끌기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밤 11시가 넘어서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 친구의 죽음을 보면서 사는 게 무엇인지, 사람 사는 게 한 순간이다 싶은 게 만감이 교차한다.

오늘 오전에 다시 병원에 들렸더니 가족들이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라고 다독여 주었다. 착하게 살더니 남을 도우려다 자기가 죽더니 죽어서도 많은 사람을 살리고 떠나다니 이 고귀한 죽음을 어디에 견줄까 싶다.

그래서 장례식이 늦어 질 것 같다.

친구의 와이프와 두 아들은 혼이 빠져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저 아이들을 어쩌나 싶은데 그 친구의 와이프도 천지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하기만 한데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 앞선다.

안할말로 죽으려면 돈이라도 많이 생길 수 있는 곳에서 죽지 억울한 죽음으로 가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할까.

내친구 U는 사회적 영웅, 의사자로 대접 받아야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친구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억울하고 억울하다.

내 친구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해서 나는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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