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친구를 따라 산에 간다.
어제도 커피를 챙겨서 쉬엄쉬엄 산을 올랐다.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여름 끝자락에 지나간 태풍 덕인지 대기가 맑다.
일주일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며 산길을 도란도란 올랐다.
산중턱 소나무 오솔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왠 아주머니가 여기저기 피어난 구절초를 뿌리체 뽑고 있었다.
두어주 전부터 하얗게 피어서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주고 있던 구절초였다.
그 청초함이 너무 예뻐서 우리는 한참을 들여다 보았던 꽃이다.
그런데 그 예쁜 꽃을 마구잡이로 뽑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기가 막혔다.
"꽃을 왜 뽑으시는 거예요?'
"오며가며 산객들이 즐거움과 기분을 아름답게 해주는 구절초인데요"
아주머니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쓴체 고개도 들지 않고 '차를 쪼매 만들어 마실려고" 짥게 대답했다.
아무리 차를 마시고 싶어도 그렇지 오고가는 사람들이 보며 즐겨하는 꽃을 뿌리체 뽑아 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 아주머니의 팔에 이미 한 아름의 구절초가 속절없이 안겨있었다.
자기 차 한 잔 마시자고 산을 오가는 이들의 즐거움을 빼앗아 버리다니 참으로 화가났다.
차로 마시고 싶으면 꽃만 따갈텐데 뿌리체 뽑아 간다는 것은 아마 모종의 약제로 쓸려는 것일게다.
우리는 길가의 하얀 꽃이 사라짐에 너무 속상하고 화가났다.
삼필봉 산지기를 자처하는 어떤 분은 일부러 코스모스며 봉선화 등 많은 꽃을 심어 오가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계시는데,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자연을 훼손하고 산객들의 행복을 뽑아버린 그 아주머니의 마음은 이미 병자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제 산행은 즐겁지가 못했다.
뽑혀나간 구절초의 빈자리가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