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은행 한 톨이 바람에 떨어진다.
아침 저녘으로 불어 오는 바람은 이미 쌀쌀해졌다.
집안 동서랑 점심을 함께하고 커피 하우스에서,
커피를 사서 들고 호숫가 벤치에 앉았다.
우리는 집안 이야기로 한참 수다를 떨었다.
작은 바람에 일렁이는 잔물결은 호수의 고요를 방해하고,
우리는 남편 아이들 이야기로 고요를 깨운다.
따져보면 세상사 복불복이라,
네복 내복이라 하지 않던가.
무슨 인연으로 우리는 동서지간으로 만났을까.
다른 형제들 제쳐 두고 벗인양 둘이만 좋다.
아마 성격 좋은 동서의 덕이 아닐까 싶다.
만나면 할 말도 어찌 그리 많은지,
없는 집에 시집와서 버겁게 살고 있는 우리지만,
다 운명이라 여기며 마주보고 웃는다.
내 삶에 위로가 되는 이쁜 동서다.
나를 이해하고 배울 것도 없는 나 한테,
자주 안부 물어 주고 얼굴 보여 주는 게 고맙다.
우리는,
동서이면서 벗으로 늙어 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서 구절초를 훔쳐가는 사람 (0) | 2012.10.06 |
---|---|
명절에 맛보는 섭섭함 (0) | 2012.10.03 |
야위다? (0) | 2012.09.25 |
힘든 나날들 (0) | 2012.09.20 |
사나운 여자 (0) | 2012.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