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아이들이 설이라고 내려왔다가 어제 올라갔다. 집으로 오는 날은 그렇게 더디던 시간이 가는 날은 날아가는 화살 같다. 아이들이 떠나자 집은 고요하고 남편과 나는 원래의 일상이 찾아왔다. 사람소리는 들리지 않고 TV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숙한 소리들이 대신한다. 지금쯤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밥이나 먹고 있을까, 온갖 생각들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작은 아이 훈이는 취업한 회사에서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며 나름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처음에 아이를 보내놓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대기업 갈 수 있는 아이가 제 길을 가겠다고 건축설계회사의 얇은 연봉을 받아가며 돈을 좇지 않고 꿈을 찾아가는 아이가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설날에 내려와 자세하게 들어보니 자유롭고 여유 있는 근무환경과 대표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이 적잖이 놓인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라 더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훈이의 비상을 꿈꾸며 기도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로서 의무가 아닌가 싶다.
3월이 오면 남편도 자기 일을 찾아가고 나는 3월 7일 날 국가고시를 치른다. 꼬박 1년을 공부하고 주어지는 자격시험이라 그동안 열심히 했던 만큼 꼭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터키로 여행을 떠난다. 세상 한 바퀴 돌아보고 와서 나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병원에 취업해서 꼭 일을 해보는 게 지금 희망이다. 나는 꼭 그렇게 해 보고 싶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편과 나의 일상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게으른 아침은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고 아마 첫 닭 울음소리에 아침을 시작하게 돼 않을까, 그러면 여태까지의 삶은 과거가 되고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야 하겠지.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든다. 지금 이런 기분이 나만 드는 게 아니라 남편도 적잖이 고민일 것이다. 낯선 사람들과 만남은 신분의 추락이 가져다주는 불편한 심기가 될 수도 있기에 여간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아직도 꿈이 있기에 나이마저도 아량곳하지 않고 천천히 가 보려고 한다. 그래서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 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지 않을까,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