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를 치는 날 나는 터키로 여행을 떠났다.
9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할 일이 없다.
일 년을 공부한다고 학원을 오가던 것도 이제는 끝났다.
그냥 할 일 없이 집안에서 서성이다 책 한 권 집어든다.
좁은 집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게 참 무료하다.
이방 저 방을 어슬렁 거려보았자 겨우 서너 발자국이면 되니 근육을 사용할 때가 없다.
훌훌 털고 일어나 공원 한 바퀴를 돌아왔다.
학원 친구들은 벌써 직장을 찾아 일을 하는 이도 있고 합격 통지서를 받고 일을 하겠다는 친구도 있다.
나는 여행을 간다는 핑계로 3월 한 달은 그냥 보내려 한다.
사실 어디를 가야 하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묘한 시절이다.
배웠으니 직장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나이를 의식해서일까, 나를 받아 줄까도 걱정이 된다.
생각해 놓은 곳이 두어 군데 있긴 한데 아직은 가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을 다녀와서 가볼까 싶다. 나는 빨리 직장을 찾아야 한다.
내 삶이 그래야만 하기에 계획한 대로 하나씩 이루어볼까 한다.
이제 봄이 완연하다,
화분을 밖으로 옮겼다.
그리고 창을 열어 봄 볕을 집안으로 가득히 들여놓는다.
커피를 한 잔 하고 오후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무료한 하루가 천천히 너무도 천천히 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