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언변이라면 나도 어디 가든 빠지지 않는다. 다만 적재적소에 맞는 말을 해야 됨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전 나는 동갑 절친들의 모임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아니 몹시 기분 나쁘고 언짢았다. 그 일로 나는 친구 둘과 냉담 중이다. 인연마저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 인즉 모임에서 다섯 명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 며칠 전 우리 둘째 훈이가 취직을 해서 서울로 올라갔는데, 나와 아이가 흡족한 직장이 아니어서 잘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였다. 나는 친구들에게 훈이의 결정에 대해서 객관적인 답을 얻고 위로를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 이야기를 끄집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 S가 자기 점을 빼러간 피부과 이야기로 내 이야기를 가로채고 친구들을 모아 떠들어 됐다. 순간 너무 기분 나쁘고 친구들에게 섭섭했다. 내 아들 이야기가 지네들 점 하나만도 못하나 싶었다. 그 후로 나는 표정관리가 안되기 시작했다. 늘 저녁 먹고 찻집 가서 놀다가 늦은 시간에야 집으로 오는데 그날은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찍 일어서는데 지네들끼리는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 식으로 수군거렸다. 나는 너무 기분 나쁘고 나 스스로 상한 기분을 다스리지 못해 차를 몰고 휑하니 돌아왔다. 그 후로 나는 그 애들의 카톡 수신을 차단해 버리고 소통을 하지 않는다. 친구가 자식 이야기를 하는데 몰상식하게 시답잖은 점 이야기로 중간에 말을 끊어 버리는 배우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데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몰상식한 그들과는 몇 십 년 지기지만 인연을 끊고 싶다. 나는 친구들이 자식 이야기를 하면 칭찬하며 잘 들어주었다. 왜, 친구의 자식 이야기니까. 아무리 말을 하고 싶어도 그렇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다섯 친구 중에 한 친구가 말이 많고 경청할 줄 모르고 입에 침을 튀기며 모임시간 70%는 떠들다 간다. 이야기 중간 가로채는 것은 다반사고 도대체 경청의 예의를 모르는 친구다. 그런 걸 잘 알기에 보통은 "야, 우리도 이야기 좀 하자"라고 끊어 준다. 물론 웃으며 제재를 하는데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된다. 아마 내 자식 이야기라 나는 화를 풀 수가 없는 것은 거 같다. 점 이야기로 떠드는 친구도 친구지만 나와는 자매처럼 지내는 그 옆의 두 친구가 더 괘씸했다. 우리 둘째가 취직해서 서울로 간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는데 관심을 가지기는커녕 같이 점 이야기로 떠들어 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상 이런 사람들과는 친구로 지낼 이유가 없어졌다.
친구 S는 내게 사과를 해왔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에게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두 사람을 친구에서 지우고 인연을 끊으려 한다. 여태 살아오면서 이 처럼 나를 섭섭하게 하고 상처가 되는 일은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버려려 한다.
말이란 잘하면 본전이고 그렇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 그래서 늘 조심해서 해야 되는 것도 말이다. 남의 말 가로채지 말 것이며 화재를 바꿔 채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때로는 경청을 할 줄 알아야 예의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렇더라도 예의는 지키는 게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일 게다.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