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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이가 많아서

by 하이디_jung 2015. 4. 3.

 
  "안녕하세요?
저 면접 보러 온 정 아무개입니다"
아~ 예,
"그런데 나이가 좀 많아서...
 내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을 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었지만 나이가 많다며 시원한 채용의사를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적어도 나이와 상관없이 일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 여겼는데 새삼 나이가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어제도 오늘도 두 곳에서 나이가 많다며 답을 듣지 못했다.
 공부를 할 때는 희망이 넘쳤다. 합격하면 나를 불러 줄 곳이 많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합격 소식을 듣고서도 여유를 부리며 갈 곳을 골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힘든 일이라 그런지 나이 든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들어보면 이해는 간다. 간호사선생님들이 젊다 보니 나이 든 간호조무사는 저어기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합격하면 금방 직장을 가지게 될 것이며 나는 또박또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을 꿈꾸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세상이 그리 녹록지가 않다는 걸 새삼 배우고 있다. 그렇잖아도 나이 들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약간의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나이로 인해 먼저 좌절을 맛보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아직은 60이 되려면 몇 년은 더 남았는데 이해가 가면서도 섭섭하다.
 이력서를 내고 돌아오는데 봄은 잔인하다. 벚꽃이 흩날리는 공원을 따라 걸으며 언제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뒤돌아 본다. 아이들 키우며 남편을 도왔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많다고 하니 갑자기 서글퍼진다. 지난 내 삶은 결코 게으르지 않았고 사치스럽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나이 들었다는 소리에 실망하고 아직은 느끼지 않아도 될 서글픔을 미리 맛보고 있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어디선가 반드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리라 믿으며 이 작은 실망에 개여치 말자.
 봄바람에 만개한 벚꽃이 놀라 꽃잎이 흩어진다. 사월이 가기 전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며 오늘도 내일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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