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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인생 마무리를 보면서

by 하이디_jung 2015. 6. 22.

 
 어제는 나이트 근무라 늦은 밤에 출근을 했더니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 요 며칠 사이 몇 분이 돌아 가시는 걸 보면서 참 잘 돌아가셨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삶에 애정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겨를이 있으면 살아 있다는 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목숨만 겨우 연명하는 삶은 삶이란 단어에 속하지도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서 빨리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죽음뿐이란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쓰임을 다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오랫동안 주저하는 것은 고통과 초라함이 그 사람의 마지막 이미지가 되기에 힘든 시간 오래 하지 말고 빨리 가시기를 바란다.
 이렇게 한 분 한 분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게 되면서 멀지 않은 시간 나 자신의 마무리가 걱정이 된다. 대부분이 치매 환자인 어르신들을 보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이쁜 행동, 힘들게 하는 행동 그리고 슬프게 하는 모습 등 보살피는 우리의 입장에서 좋은 공부가 되고도 남는다. 어떤 때는 그렇게 미울 때가 있더니만 어느새 귀여운 짓도 한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아직은 미운 마음이 없었다. 근데 어젯밤에는 정말 어떤 어르신이 처음으로 미웠다. 아이처럼 얼래고 달래도 조용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방에 계시는 다른 어르신들도 잠을 못 자게 소란을 피웠다. 아이 보채는 것은 저리 가라였다. 그래서 너무 속상하고 그 어르신이 처음으로 미웠다.
 아침이면 너무도 멀쩡하게 아침 인사를 받아 주신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 곁을 떠나 낯선 이곳으로 오셔서 인생 마무리를 맞이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고 측은하여 좀 더 사랑으로 대하고자 나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 모습들이 종국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될 수 있기에 손길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야 하고 말 한마디에도 사랑이 담겨 있기를 노력한다. 누구의 어머니로, 누구의 아버지로 최선을 다하고 쇠잔한 모습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숙연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오늘도 어르신들이 힘들게 하면 애먹인다면서 군담을 한다.
 어젯밤 떠나신 어르신의 빈 침상을 보면서 얼마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실까. 참 잘 가셨어요,라고 인사를 한다. 인생의 마무리는 깔끔하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하는데 대부분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죽음만이 스스로 할 수 없는 마무리라 우리 모두는 '인명은 재천'이라며 하늘에 맡긴다.
 잘 살다가 잘 가는 것처럼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죽음 앞에서 절대 머뭇거리지 말아야 할 텐데 그 또한 신만이 아는 일이라 평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밖에 도리가 없다.
 나는 이 일을 하는 이상 내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서 어르신들께 베풀고 보살피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미운 날도 이쁜 날도 있겠지만 그분들의 생의 마무리를 도와드리고자 나 자신을 깨끗한 물로 청소하듯이 나쁜 마음은 씻어 내고 또 씻어 내려 노력할 것이다.
어르신들이 결코 초라하고 궁색한 마무리가 되지 않도록 보살펴 드리기를 기꺼이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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