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참 신기하고 뿌듯하다. 온전히 내 힘으로 번 돈이라 감개가 무량하다. 그리고 이 나이에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같이 월급을 받은 동료들의 무덤덤함과는 달리 나는 참 대견하고 장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이라 이런 마음이 들겠지만 나는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지금의 소중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물론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월급이란 걸 받아 보기는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전업주부로 또 남편의 매장을 봐주면서 월급이라고 받지 않고 그저 필요한 만큼 꺼내 썼다. 쪼달리면서도 늘 돈은 넉넉했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30여 년 잘 살았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는 돈이 좀 중요한가 보다 느꼈지만, 지금도 소중하게는 생각해도 그렇게 돈이 전부라는 생각은 아니다. 그저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되는 것이 돈이지 축적해 놓고 쓰지 못하는 돈은 돈이 아니라 무용의 재산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번 월급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꼭 필요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채울 수 있는 주춧돌만큼이나 의지가 되는 돈이다.
나는 첫 월급을 탔다고 동료들에게 한 턱을 냈다. 맛있는 음식을 시켜서 나누어 먹으니 모두들 좋아해 줘서 나도 기분이 참 좋았다. 앞으로 매월 20일이면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게 된다. 생각해 보니 참 마음이 따뜻하다. 이 일을 배우게 된 것과 국시를 보고 자격을 얻고 그래서 월급이란 걸 받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 길로 이끌어 준 친구에게 감사하고 싶고 나를 받아 준 병원에 감사하고 싶다.
살면서 이렇듯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 또한 감사하고 싶다.
통장으로 들어온 월급은 금세 메인통장으로 합류되어 제 갈 길로 빠져나가겠지만 그래도 감사해 본다. 흐르고 흘러서 언젠가 다시 되돌아 내 통장으로 들어올 것이라 여기며 돈이란 돌고 돌아야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첫 월급을 받고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다. "나 첫 월급 받았어요"라고. 그 말에 모두들 축하해 주며 격려해 주었다. 그래서 한 턱 두 턱 쏘다가 한 달치도 아닌 첫 월급이 다 날아 가게 생겼다. 그렇지만 돈은 쓰는 맛에 버는 거니까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첫 월급을 받으면서 우리가 잃었던 많은 것들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남편과 둘이 또박또박 벌면 우리는 금세 회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일 하는 게 힘들지 않고 재미가 있다. 유월이면 두 번째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세 번째도...
그리고 월급이 내게도 일상으로 느껴질 때쯤 어쩌면 나도 육신이 지쳐 그저 무덤덤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