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계를 차고 집안일을 한다. 그것도 로렉스 시계다. 남동생이 일본 있을 때 선물해 준 로렉스 시계다. 그런데 요즘 남편의 일이 시계를 차고 다닐 수 없는 일이다 보니 벗어 놓은 지가 일 년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계는 멈추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이러다 고장 나는 거 아냐"하고 꺼내서 집안에서 차게 되었다. 외출할 때는 차지 않는다. 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시계를 차고 다니다 사고라도 생길까 봐 걱정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어서다.
나는 이 시계를 장래 두 아들 중에 로렉스를 차도 될 만큼 성공한 아이에게 줄려고 했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자기는 돈 많이 벌어서 사면되니까 큰아이 교수되면 선물로 주라고 귀띔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하면 좋을 거 같다며 작은 아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형에게 양보할 줄 아는 작은 아이가 기특하고 믿음직스러웠다.
큰아이가 언제쯤 교수가 될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머지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박사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만큼 다음 단계 포닥을 다녀오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부모로서 기다려주는 게 도리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큰아이에게 로렉스 시계를 빨리 선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면 뿌듯해진다 큰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잘 관리하고 간수해야겠다.
남동생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올 수가 없어서 남편이랑 내가 초상을 치렀다. 자기 할 일을 못한 동생이 매형 보기 미안했던지 시계를 사서 준 것이다. 엔화 4,000엔이랑. 벌써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남편도 사업을 할 때는 열심히 잘 차고 다니더니 요즘은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전혀 차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계는 서 버리고, 나는 고장 날까 봐 꺼내서 차기 시작했다.
이 시계는 달리 태엽을 감지 않는다. 그냥 차고 있으면 흔들려서 자동으로 시간이 흐른다. 그래서 늘 차고 있어야 시계는 잘 돌아간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로렉스를 차고 빨래도 하고 밥도 한다. 가끔 쳐다보며 그 고급스러움에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혹여 물방울이라도 튈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도 한다.
지금도 시계를 본다.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었다. 옥상에 늘어놓은 이불을 걷으러 가야겠다. 오늘 작은 아이 이불 빨래를 했다. 아이가 있는 수원으로 부쳐주기 위해서 깨끗하게 빨았다.
로렉스 시계는 잘도 간다, 벌써 4시가 되었네, 나는 서둘러 옥상으로 빨래를 걷으러 가야겠다. 로렉스 시계를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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