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쓸쓸한 생일

by 하이디_jung 2015. 9. 14.

 
  참 쓸쓸한 저녁이다. 소슬바람이 제법 가을밤 티를 내고 있다. 추석이 다가올 즈음 찾아오는 내 생일은 별로 좋은 시절이 아니라는 내 나름의 판단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아이들도 남편도 내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았다. 한두 번 겪는 서운함도 아닌데 오늘만 되면 왜? 살아야 하나 싶다.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라기보다 내가 그들에게 하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글프다.
 나는 그들에게 늘 엄마였고 아내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귀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그저 뒷 치다꺼리나 하는 엄마이며 아내로 살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그들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산 세월인데 기껏 생일하나 기억 못 해 준다니, 어쩌면 그들의 심성이 문제가 아닐까.
 가족이란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더군다나 엄마 자리는 큰 것을 바라는 자리가 아니다. 정말 소소한 거 다정한 말 한마디 사랑이 깃든 마음이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데 각자 자기중심적으로 살면 가족 모두는 남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생일날 선물까지 받으면 더 행복하겠지만 멀리 있으니 전화 한 통화로 나를 행복하게 얼마든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지들 엄마 자기 아내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나는 그들에게 귀한 존재가 아닐 거라는 의심이 생긴다.
 나도 앞으로 그들에게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은 소홀한 듯 처신해야겠다. 누군가 하는 말이 "정성을 다해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남편도 자식도 어쩜 그렇게 인정머리라곤 없는지 나도 앞으로 달라져야겠다.
 나를 위해서, 나 자신 위주로 살아야겠다. 맛있는 생기면 내가 먼저 먹고, 좋은 거 있으면 내가 먼저 하고, 좋은 곳 있으면 가 보고, 오직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문가들 인정머리 없는 것에 진절머리 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으른 하루  (0) 2015.10.29
가을은 내 곁에  (0) 2015.10.14
여름휴가  (0) 2015.08.25
아들의 U턴  (0) 2015.07.13
인생 마무리를 보면서  (0)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