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지금의 세상처럼 내 마음도 어수선하다. 큰아이의 진로 변경을 두고 아쉬움으로 마음이 허전하면서도 아들의 선택이 한편 기대가 되기도 하는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섭섭함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잘 되기를 바란다.
아들이 달리 마음을 가지게 된 데는 지금 우리 형편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교수가 되기엔 아직도 먼데 결혼도 해야 할 것이며 부모에게 좀 더 빨리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을 보니 장가가고 집도 사고 어느새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급해진 것은 아닐까도 짐작해 보지만 아마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큰아이가 쉽게 결정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정에 후회가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인생 반평생을 넘어오면서 지나간 선택들이 잘했다, 못했다가 앞뒤를 가릴 수 없을 만큼 후회도 많았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백 퍼센트란 확신을 믿으며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들의 선택이 어쩌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고루한 학자의 길보다 좀 더 동적이고 경쟁적인 치열한 사회로 도전장을 내보는 것도 인생사 행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응원하고 기대하며 새로운 길을 꿈꾸는 아들의 길이 자못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내 마음은 아쉬움 반 설렘 반이기도 하다.
그저께 대구에 볼일이 있다며 아들 둘 다 다녀갔다. 어젯밤 나와 셋이서 현재의 시국상황에 대한 토론, 그리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토론을 새벽 3시가 넘을 때까지 이어졌다. 토론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게 되고 아들들의 마음을 부모가 알게 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들의 진로 변경을 기꺼이 응원하고 잘되기를 빌어주게 되었다.
더불어 미래를 위한 계획을 얘기해 주었고 나는 멋진 결정이라고 응원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쪽은 섭섭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작은아이도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문화공연에 관련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몇 년 전 그때도 그랬다 지금처럼 섭섭하고 아쉬웠다. 그렇지만 작은아이의 선택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어 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아이는 그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성장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공부가 되기도 했고, 또 나름 여러 분야의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누구를 만나도 우위에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고 잘하고 있다. 가끔 작은아이의 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멋지다.
그래서 큰아이의 진로변경이 아쉽지만 어쩌면 잘된 선택이라고 믿어 주고 싶다. 올 상반기에 취업을 한다는데 아들이 원하는 곳에 꼭 확 격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아들 모두 다 잘 될 거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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