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반성

by 하이디_jung 2013. 12. 13.

 

  속절없이 또 한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다.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는데 나더러 세월은 그냥 묻어 가잔다.

눈보라 희끗희끗 날리는 호숫가를 나는 운동이랍시고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이 오가는 좁은 길엔 이미 어스럼이 내려앉고 있었고 나는 갑자기 10년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금 나는 미래로 빨리 나아가고 싶다.

정체된 지금의 삶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서다.

밧데리를 교환하고 시간을 돌려 맞추듯이 나는 십년을 돌리고 싶어진다.

내게도 눈부신 아침 햇살이 좋았던적이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날들이 나이든 지금에 와서야 얼마나 소중한 아침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개념없이 살아온 내 삶의 측은함을 나는 보게 된 것이다.

올해 팔순이 된 내어머니의 핏빛 같은 모정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말없는 남편의 깊은 속정도 오늘에사 보인다니 내 그동안 무얼 했단 말인가.

책 좀 읽었노라고,

상식이 좀 밝다고 건방을 떠느라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산 세월이었는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안도한다.

이제 육십을 향해 나아가는 내 나이가 사람을 만드는 모양이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것이며,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겸손할 것이며,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할 것이다.

성탄을 앞두고 축복처럼 흘러 넘치는 캐롤송을 들으며 나는 지금 어디 쯤 서 있는지 둘러 본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비우다  (0) 2013.12.21
돼지감자  (0) 2013.12.18
가을 타는 친구  (0) 2013.11.22
겨우살이 준비  (0) 2013.11.20
안도의 시간  (0) 2013.11.07